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종료, 반도체주 향방은?
국내 증시의 주요한 수급 주체로 자리매김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사실상 막바지에 이르면서, 시장의 관심은 향후 반도체 주가의 흐름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자사주 매입이라는 강력한 주가 방어막이 사라진 상황에서,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고금리 기조가 겹치며 투자심리가 복합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 삼성전자는 15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당초 예정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마무리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40조 원 규모 매입의 상당 부분을 완료하면서 이번 달 중순께 종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자사주 매입이 주가 하단을 지지하는 주요 요인이었음을 고려할 때, 새로운 수급 주체의 등장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는 단순히 특정 기업의 주가 변동을 넘어, 국내 증시 전체의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사주 매입 종료가 불러올 수급 공백을 외국인 투자자나 기관 투자자가 채울 수 있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반도체 업황의 실질적인 회복 여부가 이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 매입, 주가 방어의 버팀목이었나?
삼성전자는 임직원 주식 보상 목적으로 진행해 온 15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11월 21일 기한보다 한 달 이상 일찍 사실상 마무리했다. 신고 물량 약 5,329만 주 중 5,180만 주를 매입해 잔여 물량이 약 149만 주에 불과하며, 하루 평균 200만 주 매입 속도를 고려할 때 금일부로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역시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중 약 74%를 완료했으며, 일평균 60만 주 매입 속도를 감안하면 이달 중순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그동안 주가 하락을 방어하고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신고가 기준 자사주 매입 종료 시점보다 조기 종료된 점은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들에게 기업이 자사 주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는 신호로 작용하며, 주가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이제 이 버팀목이 사라지면서 주가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 공백, 누가 채울 수 있을까?
자사주 매입 종료에 따른 수급 공백을 누가 채울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지목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그동안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이 주요 매수세였다고 진단하며, 이를 이어받을 주체로 외국인 투자자를 꼽았다. 현재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46.4%까지 하락한 상태다. 신영증권 또한 개인 투자자 자금이 상반기처럼 적극적으로 유입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가 매수 주체로 나서야 한다고 분석했다. 자사주 매입 종료는 이미 예고된 이벤트였으므로,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은 이미 대응했을 것이라는 진단도 제기된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국내 반도체 주식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매력 외에 이익 성장의 지속성에 대한 확신을 줄 추가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업황 개선, 투자심리에 긍정적 신호인가?
자사주 매입 종료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최근 발표되는 반도체 업황 지표들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으며, 우리나라의 9월 반도체 수출 역시 사상 처음으로 6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그러나 동시에 높은 금리가 위험자산 선호를 위축시키고 있으며, AI 투자 지속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주가를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KB증권은 D램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며,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경우 내년에 가격이 올해보다 두 배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HBM 생산 증가는 웨이퍼 소모량이 D램보다 3배 높아 D램 생산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D램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HBM과 DDR5,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동력
인공지능(AI) 기술 발전과 함께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DDR5는 반도체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IR에서 HBM 생산에 사용되는 웨이퍼 투입 비중이 올해 20%에서 내년 30%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AI 서버 수요 증가에 따른 HBM 수요 급증을 반영하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HBM은 웨이퍼 소모량이 D램보다 3배 높아, HBM 생산이 늘면 상대적으로 D램 생산이 줄어들어 HBM 공급 부족이 당장 해소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동시에 생산능력을 공유하는 D램의 생산 감소는 D램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DDR5의 경우 지난 5월 37달러에서 지난달 48달러로 가격이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은 AI 수요가 메모리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며, 과거 사이클과 달리 AI가 새로운 메모리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기업들의 강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전자 잠정실적과 향후 주주환원 정책의 중요성
다음 주 7일 발표될 삼성전자의 3분기 잠정실적은 향후 반도체 주가의 추세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약 108조 원으로 전 분기 대비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잠정실적은 숫자만 공개되지만, 이달 말 확정실적 발표에서 공개될 메모리 업황 전망과 추가 주주환원 내용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IR에서 AI가 새로운 메모리 수요를 더하고 있으며 이번 사이클은 과거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설명이 내년 이익 전망과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이어질지가 투자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기업의 이익 성장 지속성과 더불어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노력이 병행될 때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